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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박대우목사)

February 24, 2021 . 아름다운교회 산속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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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2,229회 작성일 21-02-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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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분주한 도시를 떠나서 Sierra 산맥의 깊은 산속으로 하룻 밤 휴식을 떠났습니다. 이번 캠핑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서 숙박도 안전한 시설이 아니기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이었지만, 사실 캠핑은 꼭 한번 해 보고싶은 것이었습니다. 20년 가까운 시절, 미국에 이민 보따리를 꾸밀때에,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텐트를 하나 새것을 준비해서 이민 짐에 쓸어넣어 가져온 이래, 한번도 뜯어 본적이 없는 텐트! 아내는 그 오랜 시간에 거라지에 있었으니 삮아서 못쓸 것이라 버리자고 했는데, 나는 빛을 보지 않았으니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버티면서, 버려야 해도 펴보지도 않고 버릴 수는 없어서 근 20년만에 어둠의 상자속에서 꺼내 펼치는 순간, 아~ 멀쩡한 텐트에 감탄을 쏟아 냈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커서 독립해 나갔으니 부부가 난생 처음으로 텐트를 가지고 길을 나선 것입니다. 깊은 산속에 펼치진 텐트는 나름 아담하게 (두 사람이 넉넉히 거할 수 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일찍 저녁을 라면으로 해결하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나 둘씩 나타나는 반짝이는 별들을 세면서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황홀한 자연앞에서 깊은 정막으로 맞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벽에도 일찍 일어나 모닥불을 다시 지피고 나와서 별들과 대화를 시작하며 아침을 맞이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내가 이곳 깊은 산속에 홀로 남았다면… 불도 없고, 도구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입을 옷도 없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음식은 토끼를 잡아야 하고, 풀을 뜯어야 하고, 옷은 곰을 잡아서 가죽으로 덮었을까? 불은 어떻게 구했을까? 부시맨처럼 막대기를 마른 나뭇잎에 비벼서 불을 얻고, 그 불을 꺼트리지 않게 잘 관리해야 했을 것이고… 등등 여러 생각이 미쳤습니다. 산속의 아침을 맞이하면서 어렴풋이 윤곽이 드러나는 나무와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별들을 보면서 한 가지 스며오는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아, 나는 내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처럼 살았구나! 입고 있는 옷, 쉽게 얻을 수 있는 의식주, 함께 누리고 있는 인간관계들…. 이런 것들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였구나!’라는 생각이 깊이 뼛속까지 스며들어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금 도시 생활 가운데서 누리고 있는 이 풍요로움과 편안함은 당연히 누리는 권리이기 보다는 하나님의 선물을 특별한 은총으로 누리고 살고 있을 뿐, 그러하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감격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늘 나에게 주시는 이 하루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하나님의 선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바이러스가 앗아간 우리의 일상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안겨주거나, 삶의 패턴을 바꾸어야 하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얻었고, 누렸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소중한 발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인간의 호흡하나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만큼 연약한 것이 인간입니다. 코로나가 그것을 일깨워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우리 것인 양 누리고자 하는 교만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감사함으로 받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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