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걸음마를 보는 마음 > 목회칼럼(박대우목사)

본문 바로가기

목회칼럼(박대우목사)

February 24, 2021 . 아름다운교회 서툰 걸음마를 보는 마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2,093회 작성일 21-02-24 14:10

본문

추석이 지난주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예년과 다르게 모두에게 긴장과 씁쓰름한 느낌만을 안긴 채 순식간에 우리 곁을 지나간 것 같습니다. 하늘을 들여다보니 보름달은 왜 그리 밝게 빛나는지요! 달빛이 우리 집 앞에 서있는 가로등의 불빛보다도 밝았습니다. 그렇게 변함없이 비치는 추석 보름달도 이제는 기울어질 것입니다. 저마다 추석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지난해에 우리 교회에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는데, 이제 모두 1살이 되었습니다. 이번 추석 인사에 엄마들이 이 아이들에게 한복을 입혀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매주 엄마따라 예배에 나오는 엔엘이를 비롯한 귀여운 어린 아이들의 청명한 보름달같은 얼굴들을 보면서 한껏 기분 좋은 추석을 보내게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못 보는 사이에 부쩍 커서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모두의 마음과 삶에 하나님의 평안과 은혜가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인생은 모두가 ‘서툰 걸음마’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뒤뚱 뒤뚱, 한 두발자국 걷다가 넘어지는 일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의 부모는 박수치며 좋아합니다. 말을 배워가는 과정도 신기해서 깨물어 주고 싶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 걸음마를 지켜보면서 어느 누구도 ‘왜 저것밖에는 못하지?’ ‘야, 좀 더 잘해봐!’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며 자랑스러워하는 부모의 마음, 그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가정속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교회라는 가정의 울타리에서는 잘 적용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의 어떤 ‘착각’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회 나오는 모두를 동일한 ‘성숙인’으로 보는 것 말이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합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사람, 조금 빨리 걸을 수 있는 사람, 뛰는 사람, 공중곡예를 하는 사람 등, 정말 다양한 레벨의 크리스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회 나오는 모든 사람을 동일한 레벨로 착각하고, ‘왜 저 사람은 그렇게 밖에 안되나, 왜 이렇게 못하나’ 쉽게 판단하고 정죄하고 비판합니다. 거기에는 장애자들도 있습니다. 성숙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걸음마를 하는, 그야말로 장애를 앓는 사람처럼 수십년을 그렇게 지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교회에 나가면 모두가 예수님처럼 되어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실수하거나 범죄하면 도매금으로 교회와 성도가 매도를 당합니다. 억울하기도 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성숙한 자리에로 나가야 하는데 아직도 젖을 먹고 있는 신자들을 향한 안타까움의 정죄(?)에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자라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기도 하지만, 영~ 그런 싹이 안보일 때에는 좌절과 배신 그리고 분노와 아픔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도를 볼 때에 인간적인 나이에 의한 성숙도가 아니라, 영적 나이에 의한 성숙도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금 인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미 성숙해져 있어야 할 사람을 권면하기도 해야겠지만, 아직 걸음마를 하고 있는 사람을 향하여는 충분한 격려와 위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박수쳐주어야 합니다.


© Areumdawoon Church ALL RIGHT RESERVED. Powered by CROWN MINISTRY